이탈리아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맛있는 음식과 풍부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함께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마피아입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많은 사람들은 영화 <대부>를 통해 그들을 상상합니다. 어두운 지하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그들을 배신하면 무시무시한 결말을 얻게 되리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빈센조>라는 드라마를 통해 살짝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쓰이고 있는 마피아, 이 글에서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본 적은 없는 전설의 유니콘 같은 마피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마피아, 그 시작은 어디에서?
마피아는 '장화 앞의 축구공'이라고 불리는 시칠리아 섬에서 탄생했습니다. 시칠리아는 봉건적인 지배 체제가 유독 강했던 곳이기도 했고 섬이기 때문에 중앙의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섬이었다고 합니다. 예부터 시칠리아는 지배세력이 누구든 간에 로마 멸망 이후 19세기까지는 봉건 지배 체제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지주와 소작농이 있고 소작농은 지주가 누구든 그 지주에게 세금을 내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산업 혁명 발생 이후 도시가 발전하면서 지주들이 시골을 떠나기 시작했고 지주 대신 땅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해집니다. 이때, 지주 대신 소작농에게 세금을 걷는 사람인 '가벨로티(gabellotti)'가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먹고살 돈도 뜯어내는데 당연히 소작농들은 반발했고 가벨로티는 무력을 사용하여 그들을 제압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실질적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점점 세력이 커지면서 카벨로티는 시칠리아 대가족 전통을 차용해 조직을 운영했습니다. '가족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만들고 복종하지 않으면 해코지를 하는 범죄 집단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하조직 마피아의 성장과정
마피아 조직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급격히 성장하게 됩니다. 특히 미국으로의 대규모 이민이 일어나면서, 많은 시칠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착하며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마피아도 그곳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민자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조직을 형성하였고, 이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마피아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초반, 시칠리아 마피아는 '코자 노스트라(cosa nostra)'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일'을 의미하며, 마피아 조직의 비밀성과 단결력을 나타냅니다. 우리의 일이라는 의미에서 조직원들을 가족이라 생각하고 힘을 실어주는 그들의 조직 운영 방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피아는 주로 밀수, 도박, 매춘, 마약 거래 등 다양한 불법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마피아 조직은 종종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매수하거나 협박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법의 감시를 피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도 확대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시대 변화와 함께한 마피아
이탈리아의 현대사에서 마피아는 큰 비중을 차지 합니다. 1920년대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 시절, 마피아는 정부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습니다. 무솔리니는 마피아를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자비하게 수많은 마피아 조직원들을 체포 및 처형했습니다. 독재자가 될 준비를 하던 무솔리니 입장에서 마피아의 힘이 크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덕분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마피아 세력은 조용히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의 시칠리아 상륙작전을 펼쳤고 큰 저항 없이 시칠리아를 점령하게 됩니다. 이때, 그들은 연합국 군정부를 세웠고 현지인들 중에서 파시스트 정권과 적대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점령지인 시칠리아를 안정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선택된 이들이 파시스트 정권으로부터 억압과 탄압을 받던 마피아들이었습니다. 연합군은 지역 사회의 질서 유지를 위해 마피아와 협력했고, 마피아는 부활하여 시칠리아에서 다시금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1940년대와 1950년대,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경제 부흥과 함께 더욱 성장했습니다. 그들은 불법 사업은 물론, 건설업과 농업, 정부 이권 사업, 부동산까지 진출했고, 정치권까지 장악하며 이탈리아를 좀먹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탈리아 정부는 다시금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직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마피아 지도자들이 체포되었고, 조직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정부를 대신했던 초기의 마피아는 사라졌지만 그러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다양한 불법 활동을 통해 그들의 위세를 떨치며 지하 경제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는 관광객이 마피아와 마주칠 가능성은?
마피아는 여전히 존재하는 이탈리아의 어두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이 마피아와 직접적으로 마주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탈리아 역사의 부산물인 마피아의 뿌리는 깊지만 주로 불법적인 경제 활동과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존재감을 느끼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범죄 활동은 거의 보고되지 않으며 관광지에서의 일반적인 범죄는 소매치기나 사기와 같은 경미한 범죄가 주를 이룬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땐 마피아를 겁내기보다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는 방법을 알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피아를 만날 확률은 적지만 안전한 여행을 위해 따라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은 숙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나 위험하다고 알려진 지역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현지 주민들의 조언을 따르고, 밤 늦게 혼자 다니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셋째, 여행 중에는 현금이나 귀중품을 과도하게 소지하지 않도록 하고, 신용카드나 여행자 수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점을 잘 기억하고 따른다면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