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가서 영화를 볼 일은 없겠지만 이번 포스팅을 통해서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고자 한다. 밀라노, 로마와 같은 대도시의 영화관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적어 내려 간다.
나는 marche지역에 거주하고 있기에 pesaro에 위치한 giometti 영화관에 방문하였다. 주변에 대형 전자 매장이나 쇼핑센터가 있고 경기장이 있기에 유동인구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은 오후부터 문을 연다. 한국처럼 이른 아침 조조영화를 보러 가는 문화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곳이 대도시가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이탈리아 대도시에 살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알려주시길) 오후 4시에 건물 입구가 열리면 바로 매표소가 있고 매표소 오른쪽에 디지털 전광판에 상영 중인 영화와 시간표가 있었다. 상영관은 6관까지 있으며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많은 편이었다.
나의 이탈리아어 실력을 고려하여 아동용 영화를 골랐다. 내가 본 영화는 il robot selvaggio라는 영화로 인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낙오된 로봇이 야생에서 전원이 켜졌고 동물들의 말을 익혀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중 사고로 거위 둥지가 망가지게 되고 그 속에 살아남은 아기 거위를 돌보게 되는데 겨울이 오기 전 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미션으로 입력되고 그 과정에서 입력된 프로세스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마음에 감정과 같은 무엇인가 생겨나며 야생동물들을 지켜나가는 이야기이다.
위의 사진에서 오른쪽이 티켓부스이며 티켓 구매 후 왼쪽 계단으로 올라가면 상영관이 있는 곳이다. 나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고 좌석을 선택한 후 프린트해서 갔다. 이렇게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면 직원이 프린트된 바코드를 찍는다. 2층에 매점이 위치해 있는데 다양한 팝콘과 먹을거리가 준비된 한국 영화관을 상상하면 큰일 난다. 팝콘은 기본맛이 준비되어 있었다. 달달한 팝콘도 팔긴 했는데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슈퍼에서 플라스틱 통에 담긴 팝콘이었다.
일행과 함께 일반 팝콘 중간 사이즈 한 개와 음료 두 개를 구매한 영수증이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와 일행은 다음부터 음료와 팝콘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팝콘은 도대체 언제 튀긴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관에 가면 갓 튀긴 팝콘의 고소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식욕을 자극해야 하기 마련이지만 4시에 문을 연 영화관 그 어디에도 매력적인 팝콘향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팝콘통 밑바닥에서 보일법한 튀켜지지 않은 옥수수 알갱이들이 방금 구매한 팝콘에서 계속 나와서 우리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먹는 것에 진심인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는 더욱 안타까웠다.
제일 뒷 좌석 끝에서 찍은 영화관 내부 모습이다. 한국 영화관과 달랐던 것은 의자의 좌석이나 팔걸이가 고정형이라는 점이다. 순간 ’ 청소할 때 불편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었고 성인 두 명은 아마 우리뿐이었던 것 같다. 문화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하는 경험을 했는데 영화가 반쯤 지나자 갑자기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당황한 나는 어린이 영화라서 화장실 가는 시간이 따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간 일행의 말로는 원래 모든 영화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모두가 평온한 와중에 나만 한창 집중하고 있을 때 흐름이 끊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중간에 화장실을 갈 사람은 알아서 갔다 오거나 대부분 상영 끝나고 가는 것이 보통인데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는 이탈리아의 영화관 문화는 참으로 신선했다.
어쨌든 이탈리아 영화관 첫 방문 경험은 재미있었다. 한국 영화관과 비교하면서 다른 점을 찾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고 이탈리아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방문할 때는 더 잘 알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동기부여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