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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여름 유럽여행 먹거리 납작복숭아 Pesca Tabacchiera 이름의 유래

by r-oggi 2024.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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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납작 복숭아, 한국에 알려진 계기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날 정도로 그 인기가 어마어마한 이 과일은 독특한 모양과 풍미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이 납작 복숭아의 역사, 맛과 풍미,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이탈리아 납작 복숭아의 역사

이탈리아에서 납작 복숭아는 16세기경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탈리아의 토착 복숭아 품종이 외래 품종과 교배하여 현재의 납작 복숭아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주로 이탈리아의 남부 지역에서 재배된다. 그 이유는 특히 남주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최고 품질의 납작 복숭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주요 재배 지역

이탈리아는 납작 복숭아의 주요 생산국 중 하나로, 주로 남부 지역에서 많이 재배된다.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있는 나라이지만 복숭아 수확철에 이 세 곳을 방문한다면 시장이나 마트에서 꼭 납작 복숭아를 맛보도록 하자. 첫 번째 지역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섬인 시칠리아이다.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레몬도 유명한 시칠리아는 납작 복숭아 재배에도 이상적인 섬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납작 복숭아는 달콤하고 매우 향긋하며, 그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고 하니 여름휴가로 시칠리아에 간다면 꼭 사 먹어 보길 추천한다. 그다음은 캄파니아 지역이다. 특히 나폴리 주변이 납작 복숭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납작 복숭아는 신선하고 맛이 진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마지막 지역은 풀리아다. 풀리아는 이탈리아의 남동부에 위치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납작 복숭아는 특히 높은 당도와 풍부한 향이 일품이라 농민들도 자부심을 갖고 재배한다고 한다. 

납작 복숭아의 맛과 풍미

납작 복숭아에도 종류가 많아 황도처럼 노란 빛을 띠는 것도 있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속살이 백도처럼 뽀얀 납작 복숭아가 주로 판매된다. 물러지면 상처가 나기도 쉽기 때문에 보통 수확은 조금 단단한 상태에서 하게 되는데 맛은 이미 충분히 달콤하다. 완전히 익으면 과즙이 매우 풍부해진다.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복숭아의 달콤한 맛과 향이 가득 차게 되는데 마치 복숭아 조림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을 들 정도이다. 

왜 Pesca Tabacchiera 일까?

납작 복숭아는 불리우는 이름이 다양하다. 영어로는 Flat Peach인데 한국 명칭이랑 같다. 이탈리아어로는 Pesca Tabbacchiera다. Pesca는 복숭아이고 Tabacchiera는 담배를 넣어두는 통을 뜻하는 말이다. 설탕통은 zuccheriea라고 하듯 -iera는 앞에 붙는 물건을 담아 보관하는 통을 의미했다.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 어학 사전에 검색해 보니 '코담뱃갑'이라고 나왔다. 담배도 알고 시가도 알겠는데 코담배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라서 도대체 어떤 담배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찾아보니 코로 피우는 담배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담배는 얇은 종이에 필터와 담뱃잎이 말아 필터의 반대편에 불을 붙이고 그 연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코담배는 작은 통에 든 담뱃잎을 손목과 엄지가 연결되는 부분(엄지를 위로 올렸을 때 움푹 들어가는 부위)에 올려 그 향을 맡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담뱃가루를 올려놓은 손등 위치도 해부학 용어로 해부학코담뱃갑(Anatomical snuff box)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를 알고 나니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한국에도 곰방대라 하여 긴 파이프 끝에 재를 넣고 불을 붙여 태우는 담배가 있지만 코로 그 향만 맡는 코담배는 너무나 생소하다. 하지만 서구권 문학에서 코담배를 맡는 장면이 등장하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방식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쿠바에 상륙했을 당시의 원주민이 사용했던 방식이며 이때 함께한 선교사가 유럽에 소개한 것으로 시작된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때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약초로써 보급되었기에 주로 귀족층들이 애용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귀족들이 애용한 방법이니 그에 걸맞게 담뱃잎을 보관할 코담배 케이스가 필요했을 것이다. 때문에 귀금속이나 준보석으로 잘 만든 코담배 케이스(snuff box = Tabacchiera)는 예술품으로 취급된다. 이를 증명하듯 스너프 박스나 타바께리아로 이미지를 검색하면 마치 귀중품을 보관하던 한국의 고급 자개보관함처럼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된 멋진 담배보관함 이미지들을 볼 수 있다. 크기도 모양도 다양하다. 다시 납작 복숭아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앞서 언급한 검색을 통해 납작 복숭아의 이탈리아어 표기에 담배저장통을 의미하는 Tabacchiera라는 단어가 합쳐진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일반적인 동그란 복숭아와는 달리 납작 복숭아는 당시 사용된 코담배 상자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Tabacchiera라는 이름이 pesca 뒤에 붙은 것이다. 이탈리아어의 독창적이고 실용적인 언어적 특성이 잘 나타나는 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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